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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 걸려 자살…'업무상재해'
작성자 : 서/박 변호사  |  등록일 : 2012-04-06 10:18  |  조회수 : 3,692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 걸려 자살…'업무상재해'
1ㆍ2심 "우울증은 소심한 성격 탓…업무상재해 아냐"→대법원 "업무상재해 맞다"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겹쳐서 우울증이 유발 또는 악화돼 자살에 이른 사건에서 1·2심은 우울증을 앓게 된 것은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등 개인의 취약성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업무상재해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대법원은 업무상재해로 판단했다.
 
K씨는 대기업 건설회사에서 주택분양관리팀 입주관리파트 팀장(과장)으로 근무하던 중인 2008년 4월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 불안, 불면증, 자살 충동 등을 호소하면서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K씨는 평소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내성적이고 남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으며, 대인관계에 있어 소극적이었고 매사에 꼼꼼하고 세심하게 업무처리를 하기를 원해 입주관리파트 직원들 중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는 일이 빈번했다.

K씨는 직속상관인 부장에게 입주관리업무 수행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부장은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유했고, K씨는 병가를 내기 위해 의사로부터 '우울성 에피소드'라는 진단서를 발급받아 부장에게 제출했다.

진단서에는 "상기환자는 수개월 전부터 우울, 불안, 불면증을 이유로 내원했는데, 그 원인은 회사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사료되며, 한 달 정도의 요양과 6개월 이상의 약물치료 등의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합니다"라는 치료의견이 기재돼 있었다.

K씨는 병가로 처리할 경우 향후 인사상 불이익을 있을 것을 염려한 부장의 배려로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한 달을 출근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출근하기 시작한 일주일 뒤 K씨는 마케팅팀으로 보직이 변경됐는데 업무는 기존에 대리직급이 담당하던 것이었고, 충격 탓인지 하루 종일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며 퇴근도 하지 않고 처의 전화도 받지 않다가 2008년 6월 10일 새벽 사무실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에 K씨의 유족이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자 A씨의 유족은 "경기침체로 인한 민원의 급격한 증가 등으로 인해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휴가 이후에는 대리가 맡던 관리직으로 강등되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나머지,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하게 됐으므로 업무상 사고로서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겹쳐서 우울증 유발 또는 악화"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과중한 업무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망인의 처 J씨가 '남편에 대한 유족급여를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상고심(2011두3944)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망인은 업무수행에 따른 스트레스로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며 두 차례 사직의사를 표명하기까지 한 점, 업무 이외의 다른 요인으로 우울증에 걸렸다거나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망인은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발생했다고 봄이 상당하고, 7년 전의 우울증 병력만으로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이 사건 우울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휴가를 마치고 복귀 후 강등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상관에게 횡설수설하고,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가 동료로부터 퇴근을 권유 받기도 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 점, 가족들의 전화도 받지 않은 채 새벽에 사무실에서 투신해 자살한 점 등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전후 경위, 자살 전에 보인 행동, 자살시간, 장소와 방법의 선택, 유서를 남기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은 우울증의 심화로 정신병적 증상이 발현됨으로써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여지가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그리고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므로, 망인이 우울증을 앓게 된 데에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겹쳐서 우울증이 유발 또는 악화됐다면 업무와 우울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함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망인이 업무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을 앓고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동종의 평균적인 근로자와 비교할 때 우울증을 초래할 정도였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망인의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를 들어 가볍게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망인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망인의 신체적ㆍ정신적 상황, 우울증의 발병과 자살행위의 시기 기타 자살 경위 등에 관해 좀 더 면밀하게 따져본 후 망인의 자살이 우울증의 병적인 발현에 따른 것인지를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 재해에 있어서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따라서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기사 전문 http://www.lawissu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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