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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서 좋아"… 행정소송 조정 성립 해마다 늘어 난다
작성자 : 서/박 변호사  |  등록일 : 2011-07-19 05:46  |  조회수 : 3,726
[2011-07-18] 
"빨라서 좋아"… 행정소송 조정 성립 해마다 늘어 난다

 


 
작년 행정사건 7,704건 중 1,158건 조정권고로 訴 취하
2006년에는 669건에 불과… 5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
행정소송법에 근거규정 없어… "활성화 위해 명문화 해야" 



행정소송에서 조정성립 건수와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 당사자들이 신속하게 분쟁을 확정짓기 위해 조정제도의 이용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현행 행정소송법에는 조정의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에 민사조정과는 달리 조정조서가 작성되지 못해 절차가 복잡하고 행정청이 이용을 꺼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행정소송 전문가들은 현재 사실상의 제도로 이용되고 있는 조정제도의 근거 규정을 행정소송법에 명문화해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조정성립된 행정소송 5년만에 400건 늘어=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행정사건 7,704건 중 1,158건(15.03%)이 재판부의 조정권고에 양 당사자가 합의해 소 취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정권고 후 소 취하 건수가 꾸준히 증가해 2006년 669건(10.95%)이었던 것이 5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전체 행정사건 중 조정의 비율도 5년 만에 5%포인트 상승했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국민들이 침해적 행정처분에 대해 신속한 권리구제가 가능한 조정제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정은 당사자들에게 결과에 대한 만족감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재판부의 업무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서 앞으로도 계속 늘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화해해도 조정조서 작성못해 구속력 없어= 이처럼 행정소송에서 조정성립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민사소송법에 조정제도에 대한 명문규정이 있는 것과 달리 행정소송법에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정소송의 조정은 재판부의 권고 형태로 이뤄진다. 이렇다 보니 확정판결과 같은 효과가 있는 민사소송에서의 조정과 달리 행정소송에서 조정이 이뤄진 경우에는 원고가 소 취하를 하고 피고 행정청은 조정의 내용대로 새 행정처분을 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행정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양 당사자들의 조정 합의로 모든 재판절차가 마무리돼야 함에도 명문 규정이 없기 때문에 행정소송에서의 조정은 별다른 구속력을 가지지 못해 원고가 소를 취하하고 피고가 새로운 행정처분을 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된다”며 “특히 피고 당사자 측에서는 상위관청의 조정 허가는 물론 소송을 지휘하는 서울고검으로부터 조정의 수용지휘를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 조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행정소송 전문가들은 행정소송법에 조정제도를 명문화해 사실상의 조정제도를 실질화하고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견우 연세대로스쿨 교수는 “법원에서 행정사건의 신속한 해결과 종국적 해결의 필요성에 따라 사실상 화해가 이뤄지고 있으며 입법론적으로도 독일과 프랑스에서 이미 도입돼 활용되고 있다”며 “이를 법제화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도 “국민들에게 이로울 뿐만 아니라 행정청의 소송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만큼 행정소송에서도 조정제도는 양 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도”라며 “행정사건의 조정제도 명문화에 소극적인 행정청들도 이제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명문화만 이뤄진다면 행정소송에서의 조정도 민사소송에서의 조정 수준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민사사건에서의 조정 비율은 행정사건에서의 조정비율인 15%를 훨씬 상회하는 25~3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민사소송에서의 조정이 수소법원에 의한 조정과 재판부의 조정권고, 조정센터에서의 조정이라는 세 가지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행정소송에서의 조정 이용률이 결코 민사소송에 뒤떨어진다고 볼 수만은 없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관계자는 “행정소송법 개정으로 조정제도가 판결의 확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다면 민사소송에서만큼이나 행정소송에서도 조정이 활발하게 이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조정 근거 담은 법개정안 발의…법원·법무부 대립 첨예= 법원은 5년 전 행정소송에서 조정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행정소송법에 조정제도의 근거를 도입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대법원이 지난 2006년 국회에 제출한 행정소송법 개정의견서는 법원이 직권으로 확정판결의 효력이 있는 조정권고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듬해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행정소송법 개정안에는 이같은 내용이 빠졌다. 법원의 지나친 영향력 행사로 행정권의 위축이 우려되고 불공평한 행정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행정소송에서의 조정제도 명문화를 두고 이같은 입장 대립이 또다시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발의한 행정소송법 개정안에 조정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법원·학계와 달리 법무부는 여전히 제도 도입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법무부 국가송무과 김덕곤 검사는”행정행위는 개개 분쟁당사자의 권리의무에 변동을 초래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성격 외에도 국민의 공공복리 등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공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전체적인 관점에서 조망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사건의 분쟁해결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행정청의 처분이 동일한데도 그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국민들 간에 상이한 결론이 도출됨에 따라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타당성이 있는 만큼 성급한 제도 도입은 과거처럼 갈등만 불러 일으킬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차라리 조정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조정제도의 전면적인 도입보다는 영업정치처분취소소송과 같은 민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초자치단체가 피고인 사건에만 우선적으로 조정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법률신문 임순현 기자hyun@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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